60+ 부부의 치앙마이 여행 – 느리게 살아보는 연습
들어가며
60+가 된 지금, 여행의 기준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얼마나 많은 곳을 보았는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편안하게 머물렀는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번 치앙마이 여행은 그런 변화를 확실히 느끼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북적이는 방콕과 달리 치앙마이는 처음부터 속도가 느린 도시였습니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길, 오토바이가 가득한 도로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조급하지 않았습니다. 하늘은 낮게 드리워져 있고, 길가에는 소박한 카페와 사원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아, 이곳은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도시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1. 느리게 걷는 법을 다시 배우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많이 한 일은 ‘걷기와 머무름(즉, 게으름)’이었습니다.
관광 명소를 체크리스트처럼 찍고 다니는 대신, 숙소 주변 골목을 천천히 걸어보고, 조용한 곳에서 명상같은 시간과 북적이는 도시한가운데서도 조용히 지내는 것,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삶등을 지내며 혼합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보니 길모퉁이마다 작은 사원이, 현지인들이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더운 곳인데도 따스한 온천지역을 찾아다니는 모습들, 또는 아즈넉한 명소를 찾아다니는 현지인들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혼자 골프를 치는 동안 '이게 한국에서는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순간마저 자신에게 솔직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도 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 골목에 뭐 볼 게 있어?”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게으름과 속도를 줄였습니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니, 그동안 스쳐 지나가던 냄새와 소리, 표정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이 아니라, 그 동네에서, 그 도시에서 하루를 살아보는 기분이었지요.
2. 낯선 도시에서 더 가까워지는 부부
아이들이 독립하고, 각자 바쁜 시간을 보낸 뒤 둘만 떠나는 여행은 상당히 가슴 설레게 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낯선 도시에서 서로 의지하고, 한국 현지 교회에서의 예배 시간, 그러나 의지할 사람은 결국 서로뿐이었습니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먹을지, 무리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일정을 짜야 할지 사전에 충분히 설계했으나 현지에서 상당 부분 수정을 거듭하기도 했지요.
치앙마이의 아주 예쁜 카페 한 구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한가하게 앉아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데, 그동안 지나쳐 온 수많은 시간들이 고마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여행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함께 이곳에 같이 있다는 사실과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3. 다시 가고 싶은 도시의 기준이 바뀌다
치앙마이를 떠나기 전날, 둘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음에 또 온다면 어디에 더 가보고 싶을까?” 예전 같으면 유명 관광지를 떠올렸을 텐데, 이번에는 숙소 근처 시장, 조용한 사원, 동네 카페부터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의 일상과 숨결이 느껴지는 곳들 말입니다.
다시 가고 싶은 도시의 기준이 바뀐 것입니다. 볼거리가 많은 도시보다, 우리의 속도를 허락해주는 도시. 사진을 많이 남기는 여행보다, 마음에 오래 남는 여행. 치앙마이는 그런 의미에서 60+ 부부에게 잘 맞는 도시였습니다.
이번 치앙마이 여행은 거창한 ‘버킷리스트’를 채우는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앞으로의 삶을 어떤 속도로 살아가야 할지 조용히 알려주는 여행이었습니다.
때로는 멀리 가지 않아도, 그저 속도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인생 여행의 풍경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 Always Somewhere, 치앙마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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