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가 되니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
들어가며
60+가 된다는 것을 가장 많이 느끼는 순간은 거울 앞이 아니라 일상의 풍경을 바라볼 때인 것 같아요. 시간들을 관리하고픈 이 시기에 예전에는 아무 의미 없이 지나쳤던 장면들이 유난히 선명하게 다가오거든요.
예를 들면 아침마다 같은 시간대에 바쁘게 지나가는 오토바이, 학교 가는 아이들의 뒷모습, 지하철역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핸드폰을 저주 들여다보는 모습들, 이런 평범한 풍경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저 사람들도 각자의 하루를 바쁘게 보람차게 살아가는 거겠지 .” 하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젊은 시절에는 풍경을 본다기보다 지나쳐 갔던 것 같습니다.
늘 다음 일정이 먼저였고, 해야 할 일과 책임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60+에 들어서면서 조금 달라집니다.
속도가 느려지자 이상하게도 세상의 작은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최근 심리학에서는 이를 ‘주의의 방향 변화’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성취와 경쟁보다 감정과 경험의 의미를 더 깊게 바라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1. 풍경을 바라보는 속도가 달라졌다
젊었을 때의 저는 늘 바빴습니다. 출근길에도, 점심시간에도, 퇴근길에도 머릿속은 늘 다음 일정으로 가득했습니다. 주변 풍경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배경에 불과했습니다.
60+ 지금, 제 속도는 예전만큼 빠르지 않습니다. 바빴던 시기가 지나고 여유(?)로운 시간 관리가 가능해지니 발걸음도 느려지고, 풍경도 보려는 마음이 앞서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디테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표정, 팔짱을 끼고 붙어서 걷는 청춘 남녀들, 골목길 벽에 붙은 포스터 플래카드,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 잎사귀까지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노년 연구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효율 중심의 시선’보다 ‘경험 중심의 시선’을 갖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느끼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60+의 풍경은 단순히 보는 장면이 아니라, 삶의 속도가 달라지며 새롭게 읽히기 시작하는 시간의 기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 보이는 것보다 느껴지는 것이 더 커졌다
어떤 풍경은 ‘모양’보다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노을이 질 때 창가에 비치는 빛, 겨울 아침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걷는 사람들의 어깨. 이런 장면들을 볼 때면, 저마다의 사연이 떠오릅니다. “저 사람은 오늘 어떻게 보냈을까?”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예전에는 경쟁자처럼 느껴지던 타인들이, 이제는 ‘같은 시대를 함께 지나가는 사람들’처럼 느껴집니다. 이 역시 60+만의 마음의 변화가 아닐까 합니다.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인간은 결국 타인과 함께 시간을 지나가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경쟁처럼 느껴졌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같은 방향으로 삶을 걸어가는 동행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60+의 시선에는 예전보다 판단보다 이해가, 경쟁보다 공감이 조금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3. 풍경이 말해주는 것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아, 이제는 많이 가지지 않아도 되겠구나,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사물을 대해야겠다, 이런저런 상황을 다 이해하도록 해야지 등” 바쁘게 달리던 시절에는 전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이제는 느껴 보려 합니다. 많은 것은 아닐지라도 건강, 함께 웃을 수 있는 친지들, 그리고 하루를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 등.
최근 행복 연구에서도 삶의 만족도는 '큰 성공'보다 '일상의 작은 만족을 느끼는 능력'과 더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침 햇살, 따뜻한 커피 한 잔, 편안한 산책 같은 사소한 순간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오히려 삶의 안정감을 높여 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60+가 되어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은 단순한 장면이 아니라, 삶의 속도가 바뀌며 새롭게 발견되는 마음의 여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평범한 풍경들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어쩌면 제가 조금 느긋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지나온 지금, 세상이 저에게 해 주는 말이 이런 것 같습니다.
“이제 조금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60+가 되며 달라지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지나치기만 했던 풍경 속에서 작은 위로를 발견하고,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조용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것.
그것이 어쩌면 60+가 되어 얻는 가장 깊은 변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너무 서두르지 말고, 잠시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음을 새삼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Always Somewhere, 오늘의 풍경을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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