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한 날
'기회를 잡아라'
시작하며
퇴직 후 구직 활동 등을 통하여 마음을 추스르고 더 이상 오래 전부터 고민해 오던 일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 내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변화가 오고 동시에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사회생활을 처음 했을 때의 (진실로 20대 후반의 시대였지요) 선배가 내가 퇴직한 사실을 알고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하였는데, 그 업종이 '헤드헌터'였습니다. 그 선배도 한동안 우리 업계에서 일을 하며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던 터였고, 한동안 연락이 없었는데 그 이유가 헤드헌터 사업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개인사업으로서 조그마한 사업체라고 하면서 이제 시간이 많으니 사무실에 나와 업계 동향을 보고, 가능하다면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언제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도와주어도 좋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아주 편한 마음으로 제안을 하였지요. 직원수는 5명정도였는데 가족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당시 나는 일단은 시간이 많은 상태이고 이 업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은 욕망과 더욱 특별한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어디에 갈 곳이 생긴다는 희락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나도 결과적으로 헤드헌터의 도움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은 없지만 간접적으로나마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IMF 시절에 더욱 좋은 조건으로 제안을 받은 후에 이직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헤드헌터로서 첫 출발
그래서 아침마다 정해진 시간에 사무실에 나간다는 사실에 희망을 품고 그리고 헤드헌터라는 사업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동향을 파악한다는 차원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점차 그 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로는,
- 무엇보다도 어느 곳인가 정기적으로 사무실에 나간다는 사실이 아주 크게 작용하였고,
- 헤드헌터라는 비즈니스를 파악하고 싶었던 것이며,
- 어느 직종이라도 내가 힘을 보태면 잘 될 것이라는 자신감도 상당했던 시절이었으며,
-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헤드헌터의 업무를 파악해 보니 미처 몰랐던 치열하고도 절박한 현실이 저를 자극하였습니다. 헤드헌터와 연결된 사람들을 보면 예를 들면,
- 구조조정으로 갑작스럽게 정리해고를 당한 이들,
- 회사의 기대에 못미처 회사를 떠난 경우,
- 회사와 임금협상에 실패하거나, 프로젝트가 만료되어 갈 곳을 잃은 이들,
- 그냥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고 싶어서, 또는 회사의 경영철학이 안맞아서,
- 해외 유학을 마친 후 자신의 경력을 인정받고 싶어서,
- 혹은 몸값을 올리거나 지친 환경을 바꾸고 싶어 번뇌하는 이들,
즉, 많은 젊은이들이 그 수많은 고뇌와 번뇌의 궤적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쳤습니다. 마켓의 정점에서 겪은 나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이 어쩌면 이들의 절박함을 채워줄 단 하나의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자신감과 사회적 책임감이 동시에 작동한 것입니다.
이런 새로운 경험이 나에게 또 다른 기회의 경험을 주었으며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위로하였고 나의 경험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위안과 위로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할 수 있었고 상당기간 오히려 내가 위로받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당시에는 왜 이 일이 그렇게 즐거웠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은 단순히 새로운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 아니라, 퇴직 후 잃어버렸던 사회적 역할을 다시 찾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퇴직자들이 경제적인 문제보다 자신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에서 더 큰 상실감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물론 저 역시 그런 고민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과거의 직위나 직함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이제는 내가 가진 경험을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되었던 거지요.
미국의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인간이 중년 이후에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과제로 '생산성(Generativity)'과 '자아통합(Integrity)'을 이야기했습니다.
즉, 단순히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진 존재인가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러 은퇴 연구에 따르면 퇴직 후 가장 큰 변화는 수입 감소보다 사회적 역할의 감소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퇴직 후에도 과거의 직위와 조건에만 머물러 있으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더라는 것이며, 따라서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이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음을 비우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물론 전문직이나 특수 기술을 보유한 이들은 퇴직 후에도 과거와 유사한 업종에서 비슷한 일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제2의 인생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변화 없이 과거의 관성에 기대어 사는 것은 어쩌면 삶의 연장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치열했던 조직 생활을 명예롭게 마친 이들이라면 그동안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새로운 방식으로 환원하는 삶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현상이 아닐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마무리
처음에는 단순히 퇴직 후에 정기적으로 사무실에 다시 나간다는 사실과 그다지 노력을 들이지도 않고 편한 마음으로 나의 노력을 조금만 사용한다는 얄팍한 생각과 나의 경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동시에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이 일이 단순히 사람을 소개하는 업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직장을 찾는 과정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방향을 다시 정하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선택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 Always Somewhe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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