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로서의 활동

 

                                                                  'headhunter'

들어가며 

나의 명함은 사라졌지만, 이제 '남의 명함을 찾아주는 조력자'로 제2의 막을 시작했습니다. 36년간 몸담았던 외국계 금융기관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이직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가장 정확한 가이드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저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글로벌 10대 헤드헌터사들이 본사 독점 계약을 무기로 국내 외국계 기업 마켓을 섭렵하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거대한 공룡들과의 경쟁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국내 시장의 흐름과 현장의 온도를 누구보다 잘 아는 로컬의 강점을 무기로 기회를 파고들었습니다. 

그들이 비교적 소홀히 대했던 하위직 포지션부터 치열하게 파고들었고, 점차 신뢰를 쌓아 임원급 매칭까지 영역을 넓혔습니다. 왕년의 경력과 인맥은 시장의 오차를 채워 나가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헤드헌팅은 경력직 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계입니다.
기업이 원하는 사람과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을 가장 적절하게 연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그리하여 오픈된 대부분의 포지션은 지원자의 경력과 오픈 포지션의 업무가 일치하는 경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회사의 사정에 따라 그리고 지원자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시나리오가 가미되기 때문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칭의 미학 
헤드헌터의 일은 단순히 이력서 조각을 회사에 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픈된 포지션의 업무 범위, 보고 체계, 부서 성향을 내가 직접 경험한 것처럼 완벽하게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구직자들을 만나 그들의 절박한 이야기를 듣고 이력서를 검토할 때마다, 저는 두 가지를 끊임없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이 자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왜 이 자리가 당신의 인생과 매칭된다고 생각하는가?

후보자의 의지와 저의 거시적인 안목이 100% 일치할 때, 비로소 정성스러운 후보추천서를 작성했습니다. 때로는 직접 회사 HR 부서를 찾아가서 PPT를 띄워 놓고 후보자의 강점을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마침내 인터뷰 일정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을 때의 희열은 현직 시절 거대한 계약을 성사시켰을 때 못지않은 짜릿함이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실제로 인맥 덕분에 짧은 기간 수많은 인재의 이직을 성공시켰고 그 정성의 시간을 증명하듯,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온라인상으로 안부를 묻거나 전화를 걸어오는 고마운 인연들이 있으며 LinkedIn상으로는 일촌을 부탁하기도 합니다.  

퇴직 후에도 과거의 직위와 조건에만 머물러 있으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헤드헌터 일을 하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직함이 아니라 역할을 통해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누군가의 이직을 돕고,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고, 누군가에게 새로운 기회를 연결해 주는 과정은 생각보다 큰 보람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사람을 채용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가능성을 믿어 주는 일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돌이켜보면 저는 그들의 이직을 도왔지만, 진정으로 구원받은 것은 그들이 아니라 제 자신이었습니다. 

갈 곳 없어 방황하던 퇴직 임원이, 세상의 가장 절박한 경계에 선 젊은이들에게 손을 내밀며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다시 증명해 낸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직장을 찾는 여정이었지만, 제게는 멈춰 섰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다시 연결해 주며 제 삶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혹시 여러분들도 이런 기회를 접하신 적이 있는지요?



                                                                                             - Always Somewhe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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