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진짜 필요한 능력

                                            'capacity'

들어가며

예전에는 보고서를 지시하면 다음 날 책상 위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사실 현직에 있을때는 부서장들이 보좌했고, 각 부서의 부서원들이 충성하게 업무를 수행했으며, 마케팅을 위하여 애써준 팀장 및 대리점, 브로커 등의 협조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사실 나의 역할이라는 것은 직원들과 수시로 가까이 소통하고 토의하면서 각 부서의 성과를 평가하고 직원들의 동태도 살펴가면서 연간 계획 및 action plan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실적을 체크하며 영업을 독려함과 동시에 직원들의 사기도 살펴야 하는 상태였습니다. 

결과에 대한 수행 과정과 bottom line에 대해 책임을 지는 동시에, 더 나은 전략과 전술을 항상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야 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회사의 목표와 이익 실현에 최선을 다하여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헤드헌터의 업무는 (물론 중대형 회사에서는 팀을 구성해 팀별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영세하거나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혼자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문서 하나, 발표 자료 하나도 직접 만들어야 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설립하여 스스로 본인의 능력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1인 사업체 같다는 것입니다. 회사의 다양한 자료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이외에는 스스로 발굴하고 채집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혼자서 일해야 하는 현실

헤드헌터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행동은 나를 알리는 과정임과 동시에 회사의 니즈를 채워 줄 수 있는 하나의 옵션을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신뢰와 믿음이 기초입니다. 

그리고 구직자(즉, 지원자)들을 찾아 나서는 것입니다. 즉, 고객사로부터 포지션이 오픈되면 그 포지션에 맞는 구직자를 찾아 나서는 것이지요. 

경험상으로 보면 오픈부터 채용까지는 약 2주일 정도 걸립니다. 임원급인 경우, 즉 채용 조건이 까다로운 포지션은 더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요. 

그리고 앞선 글에서 언급한 일들을 수행해야 합니다.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기회를 최대한 잡지 않으면 경쟁사들이 적합한 후보자를 제시하여 기회를 가져가는 일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납니다. 그래서 여유가 없습니다. 

알다시피 회사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채용을 원하고, 구직자는 조건에 맞는 포지션을 원하고 있기에 매칭하는 일이 생각보다 복잡하게 돌아갑니다. 그러나 이를 성사시켜야 수입을 발생시키는 조건이지요. 

그런데 현실은 반드시 생각처럼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를 들면, 대부분의 퇴직자 또는 퇴직 대상자, 퇴직을 구상 및 계획하고 있는 분들을 위한 조언이라면 그리고 적어도 이후에 어떤 형태로든지 활동을 원하신다면 내 경험상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 우선 페이퍼워크에 능숙해야 합니다. 즉, 서류를 작성하고 보완하는 데 숙련되어야 합니다. 사실 중간간부이상의 경력자들은 (지금은 안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대부분이 부서에 하위직 직원들이 있기에 주어진 task가 선정되면 직원들이 협심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처음부터 혼자 본인이 수행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제까지는 부서 차원에서 간단히 목표를 정해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서 수정 및 보완을 통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었지요. 그런데 이제부터는 본인이 혼자 해야 한다면? 물론 멘토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멘토로서 제안한 여러 내용들, 즉  아이디어 또는 action plan을 실행하는 실무자가 없다면 그것도 본인이 수행해야 합니다. 

아마도 지금까지는 지시하고 체크하고 관리하기만 하면 되었지요. 사실 주어진 업무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실행해야만 하는 다양한 실무 작업, 그리고 필요한 다양한 보조 작업들이 있음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엑셀, 워드, PPT, 심지어 서치 능력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퇴직한 이후 이런 일들을 수행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중간에 막히고 동시에 에러도 많이 발생합니다. 즉, 본인이 A부터 Z까지 해 본 적이 너무 오래 전이라는 것입니다. 

직접 경험한 내용을 공유하자면, 

- 당시에 국내 유명 로컬 회사는 각 직급에 계급정년이라는 제도가 있었는데요. 부서장 직급에서 정해진 기간 안에 임원급으로 승진하지 못하는 경우, 자동적으로 퇴사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워낙 업계에 소문난 인사인데도 불구하고 승진 심사에서 탈락하여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외국계 회사에 소개하여 입사를 하였는데, 사실 그 회사에서도 그분의 합류로 회사가 상당히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채용하였지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는 일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결국은 그 사람의 업무 수행을 위하여 직원 1인을 추가로 채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즉, 실무자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오랫동안 실무에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업무 수행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전부는 아니겠지만 지금도 많은 상위 퇴직자들은 이런 형태의 상황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이제는 본인 혼자 모든 일을 수행해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요즘은 디지털 역량도 중요한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워드와 엑셀은 물론이고, AI 도구를 활용해 정보를 찾고 문서를 작성하는 능력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 모바일에 있는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나요? SNS, X, Facebook 등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으신가요? 

- 리포트 작성을 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이제는 소위 페이퍼워크를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조언이나 advice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여러 가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고 복잡하게 얽히게 되어 조언이나 advice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마무리하며

퇴직자라는 단어는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늙었구나', '이젠 쓸모가 다 된 인간이구나', 아니면 '능력이 있는 분이구나', 또는 '다른 사업을 하겠지' 등 여러 가지 말들이 생각납니다.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각각의 사정과 사연이 있으리라 판단됩니다. 실제로 목적한 자산을  확보하게 되면 퇴직하여 골프나 여행하면서 즐겁게 살아가겠노라고 한 가까운 지인이 있는데 결국은 얼마 가지 않아 다시 현장에 돌아와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예를 들어 부유해서 그냥 쉰다거나, 아니면 다른 사업을 하거나 또는 특별한 계획이 있어 퇴직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적어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집에서 바가지를 긇힐 것입니다 ㅎㅎ. 

그렇다면 솔직하게 본인 스스로 자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이제는 디지털 활용 능력도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워드와 엑셀은 물론이고 AI를 활용해 자료를 찾고 문서를 작성하며, 모바일과 다양한 온라인 도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가?

- 혼자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을 갖추고 있더라도 전문직이 아니라면 주어진 일은 제한적이거나 간편하고 쉬운 일에 한정될 것이라고 판단되고요. 그리고 보수도 엄청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실망이지요.  또는 상급자들이 어린 상사일 수도 있으며, 역시나 그들의 지시를 받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들이 현실적인 접근이고 바로 직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과거의 영광은 그냥 과거일 뿐입니다. 이젠 나에게 남은 것은 여러 가지 정황상 1)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인지, 그렇다면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2) 일을 안 해도 되는 상황이라면, 그러면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스스로 자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퇴직자들에게 남겨진 현실은 생각보다 기혹하기도 하고 생각 여하에 따라 아름답다고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혼자인 현재는 자신감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모든 퇴직자들은 과거의 우리의 부모님들이 하듯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부탁하면 안 되는 세대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작은 것 하나씩 직접 해 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디지털 도구를 익히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스스로 결과물을 만들어 보는 경험이 결국 퇴직 후 가장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내 탓인가요? 퇴직은 생활전선에서 멀어지는 것이라 생각되는데, 이는 모든 이에게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요. 그렇다면 인정하고 이후를 위하여 새로이 구상하고 접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는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출발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과거의 직함이 아니라, 오늘도 스스로 배우고 움직일 수 있는 능력입니다.


                                                                                           - Always Somewhe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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