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속도를 늦추니 비로소 들리는 소리들: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는 시간

                                                                  '다양한 악기소리'

들어가며

하루를 천천히 시작하면 들리는 소리들이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그냥 ‘소음’이었던 것들이, 이제는 나름의 리듬과 의미를 가진 ‘소리’로 느껴지거든요.

아침에 창문을 열면 새소리, 어디선가 들리는 기계 소리, 출근길 자동차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까지. 이 모든 소리가 뒤섞여 하루의 배경 음악이 됩니다. 

젊은 시절의 저는 이런 소리를 들을 틈도 없이, 아니 들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문밖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60+인 지금, 저는 비로소 세상의 주파수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1. 바쁜 마음이 만들어낸 ‘무음’

젊었을 때의 제 하루는 늘 시끄러웠습니다. 허겁지겁 서둘러 움직이는 출근길, 동시에 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사람,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의 저는 주변 소리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우리가 수많은 소리 중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마음이 너무 바쁘면 뇌는 오직 '생존'과 '성과'에 관련된 소리만 필터링하고 나머지는 차단합니다.

내 안의 불안과 욕망의 소리에만 집중하느라 바깥 세상의 다정한 소리를 들을 여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뇌과학적으로는 이를 '주의력의 과부하' 상태라고 부르며, 이 시기에는 주변 풍경과 소리가 일종의 배경 노이즈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런데 마음이 너무 바쁘면 세상은 오히려 나에게는 오히려 조용해지는 것 같습니다. 

2. 속도를 늦추니 들리기 시작한 것들

요즘에는 일부러 하루의 속도를 조금 늦추려 합니다. 약속 시간은 너무 빡빡하게 잡지 않고, 이동 시간도 여유 있게 비워 둡니다. 그러다 보니 도중에 관심 있는 풍경과  들리는 소리들에 자연스럽게 귀가 열립니다.

우리가 특별한 목적 없이 속도를 늦추고 쉬고 있을 때, 뇌의 특정 부위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가 활성화됩니다. 이 상태에서 인간은 창의성이 높아지고 자기 성찰이 깊어집니다.

지하철 안에서 나누는 소소한 일상의 대화, 유튜브에서 나는 소리, 누군가와 속삭이는 이들, 공원 벤치에서 아이를 부르는 부모의 따뜻한 목소리, 카페에서 들려오는 정겨운 웃음소리. 목적 없이 걷다 들리는 이런 소리들을 듣고 있으면,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다정하고 견고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3. 관계의 소리도 바뀐다

속도를 늦추면 들리는 소리도 달라집니다. 상대의 말 끝에 숨은 망설임,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살짝 떨리는 목소리, 고맙다는 말에 섞인 진심.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는 마음에 또렷이 남습니다.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살짝 낮아지는 음조, 고맙다는 말에 섞인 진한 진심. 속도를 늦추면 비로소 이런 비언어적 신호들이 마음에 또렷이 남습니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자연은 우리에게 두 개의 귀와 한 개의 입을 주었다'고 했습니다. 이는 말하기보다 듣기에 두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듣는 시간을 조금 더 길게 가져보려고 합니다. 조언보다는 공감, 대답보다는 끄덕임으로 상대의 소리를 충분히 수용하는 시기입니다. 그렇게 들을 때 관계는 비로소 부드럽고 단단해집니다.

마무리: 당신의 오늘을 채운 소리는 무엇인가요?

60+의 삶은 더 이상 속도를 자랑하거나 앞서가는 시기가 아닙니다. 대신, 어떤 소리에 내 마음을 머물게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지혜로운 시기입니다.

오늘도 하루의 속도를 조금 낮춰 봅니다. 창밖의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곁에 있는 사람의 숨소리를 소중히 여겨 봅니다. 세상은 늘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지만, 우리가 너무 빨라서 듣지 못했을 뿐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주변에는 어떤 소리가 머물고 있나요? 

잠시 눈을 감고, 그 소리들이 들려주는 삶의 리듬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 Always Somewhere, 조용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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