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날

                                                                '세월이 느껴지는 자동차'

이제는 주제를 바꾸어 보기로 했다. 60-와 60+와의 사이에 모든 사물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나만의 자각을 했었기에 얼마만큼의 공감대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나름 느낀 것에 대해 속마음을 털어보기로 한다. 

1. 시선이 달라진 순간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60대에 들어서며 제가 가장 놀란 변화는 주변 풍경이 예전과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그 낯설지만 소중한 자각의 순간을 기록해 보려 합니다. 

노년 심리학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경쟁과 성취, 비교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면, 인생 후반기에는 점점 관계와 감정, 그리고 마음의 안정 쪽으로 시선이 이동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심리학자 로라 카스텐슨(Laura Carstensen)의 ‘사회정서선택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에 따르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자극이나 경쟁보다 정서적으로 의미 있는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고 합니다.

아마도 60+ 이후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는 이유도,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느 날처럼 그저 평소처럼 길을 걷고, 신호등 앞에 잠시 멈춰 서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향으로 서 있었으며, 그 가운데 누군가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쫓기듯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예전 같으면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을 장면인데, 그날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게 스쳐 지나갔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달라진 걸까, 아니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진 걸까? 내 포지션이 달라졌기에 이렇게 보여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마음.. 아마도 후자들이라는 생각이~~ 젊었을 때는 세상을 이해하기보다 해석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누가 더 성공했는지, 무엇이 더 옳은지, 어떤 선택이 더 유리한지 끊임없이 비교하고 판단하면서 살아왔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기준들이 예전만큼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독일 철학자 헤르만 헤세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을 단순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더 넓게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60+는 세상을 바꾸려 하기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시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 60+가 되면서 달라진 마음

사실 60+가 되면서 사물과 사람을 대하는 시선이 조금씩 느슨해지려 노력하고 있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해야겠다. 모든 일에 의미를 붙이려 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가르듯 판단하지 않아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말이다. 최근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모든 상황을 흑백처럼 판단하기보다, 다양한 관점과 상황을 함께 받아들이는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60+ 이후에는 누가 옳은가를 따지는 일보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부유한 사람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고, 여전히 현장에서 바쁘게 일하는 사람도, 한 발 물러나 조용히 지내는 사람도 있다. 혼자 사는 사람도, 부부로 사는 사람도,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하여 이제는 그 차이들이 예전처럼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만 주어진 환경들에 애써 이해하려는 마음이 들 뿐이다. 

그러나 솔직히 이런 마음을 계속해서 가진다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내가 양보해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그래야 한다는 마음? 그러나 지금까지의 삶은 그러하지 않았다는 순간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볼 때 예전 같으면 한마디 하고 싶었겠지만, 이제는 '저 사람도 무언가 힘든 사정이 있겠지'라며 넘기려 애씁니다. 물론 속으로는 여전히 부글거릴 때가 있지만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화가 날 때도 있고,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처럼 그 감정 속에 오래 머물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칼 로저스(Carl Rogers)
“사람은 이해받는 순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60+의 관계에서는 누군가를 바꾸려 하기보다, 우선 이해하려는 태도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60+의 삶에서 필요한 건 더 많은 설명이나 주장보다는, 수긍하고, 동의하고, 때로는 상황 상 그냥 지나쳐 보내는 자세. 그게 포기나 체념이 아니라는 것,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즉,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건, 세상을 바꾸겠다는 마음이 줄어들고, 그 대신 세상 속에서 나를 편안하게 두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Montaigne)는

“인생 후반기의 지혜는 모든 것에 답하려는 태도보다, 그대로 둘 수 있는 여유에서 시작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세상을 설명하고 싶었다면,
60+ 이후에는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아지는 순간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 여유가 결국 마음의 평온으로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당신도 어느 날엔가 비슷한 장면 앞에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리해 보면, 60+가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이유는 1. 판단보다 이해를 선택하게 되고, 2. 비교보다 수용이 편해지며, 3. 세상을 바꾸기보다 나를 편안하게 두려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결국 60+의 변화는 세상을 심판하던 '심판관'의 시선에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최근 노년 연구에서는 삶의 만족도가 높은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로 “비교와 경쟁에서 조금씩 벗어난 시선”을 이야기합니다. 남과 비교하기보다 자신의 속도를 받아들이고, 세상을 지나치게 판단하기보다 이해하려는 태도가 정서적 안정감을 높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60+의 변화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넓어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위치가 달라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조용하지만, 삶을 훨씬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 Always Somewhere -

참고: 이 글은 노년기 심리 변화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다음 주제는 '60+, 애쓰지 않아도 유지되는 관계'를 다룰 예정입니다.  

댓글

  1. 나이가 들어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얼마남지 않았다는걸 느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것이 당연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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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항상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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